4. 성산, 애월, 만장굴, 용두암, 사라봉, 제주항 (제주 4-6일차 5.21-5.23)
전날 한라산에서 무리를 한 탓인지 캠핑장에서 일어나니 몸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고,
텐트에 결로가 잔뜩껴서 침낭안이 축축해 찝찝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라면 하나 끓여먹고 인터넷 검색 결과 유명하다는 성산의 동네 목욕탕이 있어 갔는데 뭐 별 거 없더군요.
목욕탕이 좋았으면 좀 오래 있다 나오려고 했는데 흔한 동네 목욕탕인지라 그냥 적당히 있다 나왔고,
커피숍 같은 곳을 갈까 하다 갑자기 여행 내내 캠핑장에서만 자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고, 오늘은 여행보다는 숙소를 잡자 싶어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가 온갖 검색질을 했고,
애월쪽에 저렴하게 나온 숙소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일처리가 매우 늦었고 13시가 지난 시점에서야 겨우 예약완료되었다는 확인 문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짜증이 나긴 했지만 무계획적인 여행의 대가라 생각하고 캠핑장을 나갈 준비를 합니다.
천천히 텐트를 걷은 다음, 애월까지 가는 경로를 정했는데,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성산일출봉 쪽으로 갔다가
해안도로를 쭉 타고 애월쪽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차장에 대충 스쿠터를 세우고 근처에 절이 보여 한장 찍어 보았습니다.
평소라면 중국인들로 바글거릴 성산일출봉 이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주차장부터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만 이번에는 휴일이라 많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0년 전에 가보고 이번에 다시 와 봤는데 뭔가 입구쪽이 깔끔해졌고,
유네스코로 도배를 해서 관광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올라가 볼까 싶기도 했지만 등에 텐트가 들어간 배낭이 있는 관계로 고통에 비해 얻는 게 크지 않아
그냥 해안도로를 타고 가기로 결정합니다.
함덕을 향해 가면서 찍은 해변인데 제주도의 해변답게 이국적입니다.
함덕에 도착했는데 차량이 바글바글거려서 스쿠터로 가는 게 쾌적하지 못하더군요.
자전거 인증센터가 보이길래 가서 찍었는데 사진에 나오지 않은 부분에는 사람과 차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해안가에 솟아오른 봉이라 실제로 가서 보면 뭔가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이 사진만 보면 여기서 숙박을 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사실 이렇게 사람이 많습니다. 제주도 해변 중에서 가장 상업이 발달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어찌어찌 애월의 숙소에 들어갔는데 숙소의 퀄리티가 매우 좋더군요.
3만원짜리라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비수기라 가격을 확 낮춘 모양입니다.
욕실도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저희 집 욕실보다 더 넓은 것 같더군요.
베란다도 따로 있었는데, 완전 개방된 구조는 아니었지만, 나름 창문쪽으로 뷰가 괜찮습니다.
숙소가 좋아서, 그냥 여기서 티비나 보면서 뒹굴거릴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제주시에 들어가 치맥이나 사다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제주시로 가는 길에 예전에 근무했던 군부대가 있어서 어떻게 변했나 잠깐 들렀는데
전에는 없었던 배드민턴장이 생겼고, 문이 하나 더 생겼고, CCTV도 생기는 등 뭔가 낯설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게 변한 건 없고, 뭐 그냥 그렇더군요.
군생활 할 때, 근처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기 위해 지나다녔던 호수인데 이렇게 경치가 괜찮았나 싶더군요.
애월 쪽이 제주시에서 가깝고, 개발하기에 입지가 괜찮아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서서 그런가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그 때는 여기 지나다닐 때마다 뭔가 칙칙하고 짜증났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애월을 지나 비교적 최근에 개통된 뻥뚫린 도로를 타고 제주 이마트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주말이라 제주도민에 관광객들까지 몰려서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대충 맥주를 구매하고 치킨을 사러 이마트 근처의 맛집들을 돌아다녔는데,
죄다 한자 붙어있고, 그냥 들어가기가 싫어져서, 애월쪽에 있던 치킨집에서 한 마리 사서 숙소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다음 날, 여행일정이 아직 하루가 더 남아 또 여기 묵을까 하다 그냥 제주항 근처의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또 일정을 짜야 하는데, 이것도 매일 이러니 귀찮더군요. 다음부터는 여행 일정을 좀 디테일하게 만들어 와야 곘습니다.
계획이 너무 없으니 이게 여행이라기보다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과 다를 게 없어보이더군요.
중문쪽을 제대로 못 돌아다닌 게 아쉽긴 하였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 놓고, 함덕쪽에 있는 만장굴에 가기로 결정합니다.
사실 만장굴 근처에 관광지가 2-3개 정도 더 있었지만, 귀찮아진 관계로 여기만 들릅니다.
용암동굴로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 있는 곳인데 땡볕이 내리쬐는 바깥과는 다르게 동굴 속은 시원했습니다.
입장료가 2000원인가 있었던 것 같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슬리퍼를 신은 관계로 바닥을 조심하면서 쭉 걸었는데, 쾌적해서 좋더군요.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끝부분이라 조명을 좀 투자한 모양입니다.
여기가 마지막이고 돌아나가야 합니다.
그래도 나가는 길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바글바글하긴 하더군요.
특별한 바위는 아니지만 그냥 조명이 비추길래 찍어 보았습니다.
한 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걸렸나 아무튼 안내문에 적힌 시간보다는 빠르게 돌았고,
근처에 있는 미로공원을 가 볼까 하다 스쿠터 상태도 안 좋고, 날씨도 더워서 뭔가 귀찮아 지더군요.
따라서 그냥 해안도로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복귀하기로 결정합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갔지만 코스가 약간 달라 전 날에는 못보던 풍경이 보입니다.
해조류 냄새때문에 후각적으로는 별로였지만 시각적으로는 여전히 좋습니다.
별 거 없는 곳 같았는데 사람이 꽤 보이네요.
큰 도로로 나갈까 하다 스쿠터의 장점을 발휘하기로 결정하고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니 이런 곳이 보이네요.
뭔가 이름이 있었는데 찍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냄새때문에 그렇게 쾌적한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비포장 도로도 타는 등 최대한 바닷가에 붙어서 이동했습니다.
줌으로 확 땡겨 찍고 싶었지만 렌즈가 하나 뿐이라 이게 한계네요.
여기 다음부터는 어쩔 수 없이 해안도로에서 나와 해안간선을 타고 제주항 근처의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6인실이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없어 괜찮았고, 근처에 이마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저녁이 되니 위치가 좋고, 가격이 싸서 그런가 사람들로 가득 차긴 하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이제 목포행 배를 타고 복귀를 해야 하는데, 또 시간이 많이 남더군요.
시간에 쫓기는 게 싫어서 엄청 여유있게 일정을 잡았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아깝습니다.
그리하여 근처의 관광지인 용두암에 가기로 결정합니다.
복잡한 시내를 달리는 건 그리 쾌적한 일이 아니지만, 관광지에 도장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니 나름 목표의식이 생기더군요.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니었지만, 도보로 가면 직선거리에 있는 용두암을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좀 돌아가야 하는 게 약간 아쉽더군요.
여기는 용 뭐시기라 그런지 중국, 동남아 쪽 관광객들이 좀 보였습니다.
이게 용두암인데 생각보다는 초라합니다. 기대하지 말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전에 군생활 할 때, 용두암 볼 거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와 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냥 여기 가 봤다라는 경험을 얻은 거에 만족합니다.
그렇게 용두암을 빠르게 둘러봤는데,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더군요.
그래서 제주항 근처에 있는 사라봉에 올라가봅니다.
예전에 군생활 할 때, 사라봉거점 뭐라뭐라 하던 게 거점 이름이 특이하단 기억이 있어 올라가 보았는데
그냥 동네 뒷산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정상에 정자 같은 게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쉬기 괜찮더군요.
평일이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주항과 비행기가 보입니다.
사라봉에서 스쿠터 선적시작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배에 싣고 탑승했습니다.
제주항은 규모가 커서 큰 배들이 많이 있더군요.
목포행 시스타크루즈를 소셜 할인 받아서 탔는데, 완도쪽 배보다 시설도 많고 규모도 더 컸습니다.
출항하고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배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이런 물살을 보는 게 좋더군요.
남해 쪽에 이르러서 바깥을 보니 섬이 많이 보였습니다.
여기가 진도쯤이었나 그랬는데 너무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다가 먹었네요.
사실 목포에서 하루 밤 더 자고 올라갈까 싶었는데,
목포에 도착하고 보니 뭔가 옛날 도시 느낌이 물씬 풍겨 볼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늦은 시각이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밤길을 스쿠터로 달렸는데,
어찌어찌 도착은 했지만 고라니 튀어나올까봐 엄청 쫄렸습니다.
앞으로 밤길 운전은 자제해야 겠습니다.
어쨌든 여행을 잘 마무리 했는데, 뭔가 허무하면서도 아쉽더군요.
다음에 또 제주도에 갈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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