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수의 지식창고

예전에 혼자 설악산을 갔을 때 아무리 늦어도 10시간이면 떡을 치겠지 싶어 느즈막히 오전 9시경에 올라갔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22시경에 겨우 내려온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최대한 일찍 나갔습니다.


한라산 코스는 윗세오름과 백록담 코스가 있는데

윗세오름은 2번 올라가봤기 때문에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백록담은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가 있는데

성판악은 잘 정돈된 깔끔한 등산로 이고

관음사는 그보다는 약간 거친 등산로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관음사 코스가 빡세다고들 하는데, 등산 동호회 같은데 들어가보면

관음사고 성판악이고 난이도를 따지기 부끄러운 수준의 산책로라는 약간은 허세 섞인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저는 무릎이 안 좋아 하산이 힘들어서 등산을 잘 안 하는데 확실히 설악산 보다는 쉬운 코스이긴 합니다


등산 3시간 하산 4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성판악 코스 등산할 때는 등산화가 없어서 발바닥이 아픈 걸 빼고는 빨리빨리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음사 코스 하산할 때는 스틱이 없으니 무릎이 너무 아파서 힘들더군요. 다 내려와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아무래도 길이 불규칙하니 무릎에 부담이 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통 관음사 등산, 성판악 하산을 합니다.


그리고 성판악 코스는 굉장히 단조로운데, 1700미터 이후로는 경치가 굉장히 좋습니다.

반면 관음사 코스는 성판악보다는 덜 단조로운데 제 기준에서는 둘 다 경치가 좋다고는 못하겠고,

1700미터 이후로 경치가 역시 좋긴 하지만 성판악 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저는 성판악 등산 후 힘들면 성판악 하산, 쉬우면 관음사 하산을 하기로 했는데 

이거 쉽네 하고 관음사로 내려갔다가 고생을 한 케이스 입니다.


어쨌든 전날 일찍 자서 3시 기상, 밥먹고 4시에 캠핑장 출발해 5시에 성판악 도착해서 등산 시작했습니다.

설악산은 3시부터 등산이 가능한데 한라산은 5시부터 가능합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는데, 사람이 없어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걸었습니다.

그런데 숲속에서 고라니가 꽥꽥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솔직히 좀 쫄렸습니다.


한라산은 '악' 자가 들어가는 산이 아니라 사실 흙길을 기대했는데 성판악이라는 지명답게 그냥 돌길이더군요.

런닝화를 신은 관계로 발바닥에서 열기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해가 떴네요. 힘들긴 하지만 숨이 차 오를 정도는 아닙니다.




토요일임에도 일찍 와서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전날 먹은 음식이 탈이 났는지 신호가 오더군요.

기분 좋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또 고통을 받으며 겨우 진달래밭 안내소까지 참고 올라갔습니다.


꽤 높은 곳에 위치한 휴게소임에도 규모가 컸고 화장실은 나름 깔끔했습니다.

타일이 깔려있는 푸세식인데 변기가 6-7개 정도 있었고, 아침이라 그런가 냄새 때문에 불쾌하다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정화시설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하네요.




관리동 건물인데 규모가 예상보다 큽니다.

전경을 찍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네요.

진달래밭 안내소라는 명칭답게 진달래꽃도 보입니다.




13시까지 여기를 지나가지 않으면 막는 모양입니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시 올라가는데 드디어! 

목재 계단이 보입니다.


그 전에도 나무로 만든 길이 몇군데 있었지만 거의 돌멩이만 밟고 올라오느라 발바닥이 아팠는데

잘 만들어진 목재 계단이 쭉 펼쳐진 걸 보니 안도감이 들면서 이제 끝났다 싶어 기분이 좋아졌고,

단조로운 경치만 보다가 드라마틱하게 경치가 바뀌니 힘들었던 게 싹 사라집니다.




정상까지 쭉 펼쳐진 계단을 보며 이제 돌 밟을 일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전에는 해발 몇미터 표시가 있어도 사진 찍을 생각이 안 났지만 지금은 카메라를 꺼내는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시정이 좋으면 바다까지 보이겠지만 이 정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더 좋았는데 사진으로 담아내지를 못했네요.




오름들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나무가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으니 뭔가 뻥 뚫린 기분입니다.




계단이 멀리까지 이어지 있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색의 조화가 멋집니다.



좀 더 바다 쪽을 보며 찍어봤습니다.



이제 50미터 남았네요.



얼마나 단열이 될 지 궁금하네요.



드디어 도착.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데 백록담이... 책에서 보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르네요.



물이 가득 차 있을 줄 알았습니다.



14시 30분이 되면 직원들이 나와서 내쫓을 듯 싶네요.



정상에서 오름들을 보며 찍어봤습니다. 많이도 있네요.




다시 성판악으로 내려갈까 하다 별로 힘든 것 같지 않아 관음사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성판악 정상부근은 뻥 뚫린 경치인데 관음사쪽은 나무들이 조금 보이고, 나무 계단이 난간도 없고 퀄리티가 성판악 보다 낮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쪽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성판악과는 다른 풍경이네요.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이제 해발 1700가 되니 나무계단이 없어지고 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내려가다 옆을 보면서 찍어 봤습니다.



이런 꽃이 보이면 찍는 흔한 구도의 사진입니다.



돌계단밖에 없었던 성판악 코스와는 다르게 다리도 보입니다.



다리를 타고 내려갔는데 이 때부터 무릎에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3시간 가량을 개고생 했습니다.

코스는 특별히 찍을 만한 게 없어서 그냥 내려갔습니다.

경치는 그렇게 볼 게 없었지만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산 옆에 레일이 있길래 저게 뭔가 싶었는데 뭔가를 가득 싣고 털털거리며 올라오더군요.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찍어봤지만 설정이 개판으로 되어 있어서 사진을 건지지 못했습니다.

이래서 좋은 카메라를 써야하나 봅니다.



겨우 내려왔습니다.

녹초가 되어서 꼴이 말이 아니었네요.



한참을 쉬다 버스를 타고 성판악으로 돌아가서 스쿠터를 타고 캠핑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14시 밖에 안 되었지만 회복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일정에 무리가 갈 것 같아서 

남은 식량을 전부 위에 때려박은 후 좀 자다 일어나서 성산일출봉쪽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