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수의 지식창고

  원래 계획은 5월 18일 아침 일찍 출발, 16시 배를 타고 제주에 가려고 했는데, 오토바이 적재를 위한 예약전화를 몇 시간 째 받질 않아서

직접 예약을 해야 하는 관계로 불안한 마음에 17일 오후에 출발했습니다.


14시 전주 출발, 16시 즈음에 광주에 도착해 거기 있는 혼코에서 타이어 교체 후 해가 저물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동하니 

완도항 도착시간이 19시 30 정도 되었습니다.


스쿠터 기종이 혼다 SCR110 인데, 평지에서 계기판상 최고 시속이 90 밖에 되지 않아, 뒤에 차가 보이면 비켜줄 생각부터 하니 달리는 재미는 없더군요. 또 보통 연비가 40정도 되는데 최고속으로 달리면 연비가 떨어져 광주에서 추가로 보충한 후 논스톱으로 달렸습니다.


원래 계획은 광주 구경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광주에 차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엄두가 안 나더군요.


전주에서 광주 혼코를 거쳐 완도까지의 거리가 250km 인데 못 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라도 쪽은 사람이 없어서 도로가 뻥 뚫려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이런 도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 계속 아쉽더군요.

  

또 쇼바가 좋지 않은 스쿠터를 장시간 타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데,  55리터 등산가방을 허리버클을 채워서 받쳐주니 허리가 뻐근하긴 해도 아프진 않았고, 어깨는 살짝 답답했지만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어찌되었든 도착하니 해가 넘어가기 직전이라 계획대로라면 대충 해변에 텐트를 치고 자는 건데 배편도 그렇고, 명사십리 해변까지 가는 거리도 있고, 텐트를 쳐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등, 불확실한 게 너무 많아서 그냥 찜질방을 선택했습니다.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완도 찜질방 평이 다들 좋지는 않아서 대충 항구 근처에 있는 청해진 불가마 찜질방에 들어갔습니다.

밝은 분위기의 신식 사우나는 아니었지만, 관리가 아예 안 되어 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시설도 좋지는 않았지만, 8000원 밖에 하지 않는 가격과, 찜질시설은 2군데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공간을 모두 구역을 구분해 놓은 2층 평상으로 만들어 놓아서 잠자기에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찜질방을 나와 오토바이 예약을 위해 완도항 3부두에 위치한 한일해운 콘테이너에 갔는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예약 필요 없으니 그냥 3시간 전에 오라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항구 근처 방파제에서 시간 좀 때우다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항구 근처에서 밥 해먹기 좀 그런 것도 있고 그 좋다는 명사십리 해변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카메라를 꺼내게 되었네요.

카메라 기종은 삼성 NX2000 에 30mm f2 팬케잌 렌즈입니다.


삼성이 카메라사업을 접은 관계로 합쳐서 중고가 30만원도 안되지만 화질로는 최상급이라 

현재 가성비 카메라 최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화각이 좁아서 풍경사진에는 잘 쓰이진 않지만 사진이라는 게 정해진 공식같은 게 없기 때문에 대충 쓰면 됩니다.


단점이라면 액정이 구려서 햇빛이 강할 때는 화면이 안 보여 감으로 찍어야 하고 조작이 불편하다는 건데

사람 찍는 거 아니면 크게 상관은 없다고 봅니다.



완도항 구석에 위치한 방파제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멀리 완도타워가 보입니다.

가 볼까 하다가 뭐 특별한 게 있겠나 싶어 말았습니다.




방파제에서 어선이 지나가는 모습,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좋았네요.




이것 역시 같은 장소인데 아침 일찍부터 아저씨가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말을 걸어줘서 잠깐 대화를 나누다 명사십리 해변으로 이동했습니다.


완도항 반대편에 있는 섬인데 뱅 돌아가면 긴 다리가 있어서 건너면 

한적한 시골동네가 나오고 언덕을 이리저리 오르락하다 보면 나옵니다.




명사십리 해변은 6 주차장까지인가 있었고,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톳들이 도로를 점거해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서

아 이게 여행이지 했는데 계속 맡다보니 역하더군요.


불 피울 곳을 찾기 위해 취사장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해변에 불피우지 말라는 표지판이 없어서

화장실 옆 모래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리는 안 했고, 햇반만 익혔는데 처음 사용해 본 버너의 화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습니다.

햇반을 익히면서 정면을 찍었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한적하고 좋더군요.




신발이 하나 밖에 없어서 바다엔 못 들어가고 언저리에서 기웃거렸습니다.




물이 굉장히 맑았습니다. 혹자는 명사십리 해변에 전국 3대 해변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다 붙이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시간이 되서 다시 항구로 가서 오토바이를 싣고 나오며 찍었는데 굉장히 큽니다.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섬인데 하트섬인가로 방송 촬영도 몇 번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도항 풍경이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아서 분위기가 살지는 않을 것 같네요.




배 내부가 예상보다는 상당히 컸고, 일반실도 만원이 아니라 잠자기 좋아 보였습니다.

아저씨들 잔뜩에 특별한 게 없어서 밖에 나왔는데,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갑고 강하더군요.


영화 같은데 보면 바다 구경한다고 갑판에 나간 여배우의 모자가 돌풍에 날아가는 클리쉐가 있는데 왜 그런 게 생겼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것 같네요.


배가 크다보니 멀미같은 건 전혀 없엇고, 3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배의 구조는 1, 2층에 차량이 탑재되고, 3, 4층이 여객공간인데 돌아올 때 탑승한 목포행 보다는 적었지만 나름 편의시설도 있고,

요즘 유행이려다 개인적으로는 한 물 갔다고 보는 인형뽑기가 잔뜩 있었는데,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배를 안 타본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타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배가 지나간 흔적인데 그냥 인상 깊더군요. 갑판 곳곳에 벤치들이 있어서 선실에는 한 번도 안 들어갔네요.



이렇게 3시간이 흐르고 제주에 도착했는데, 2층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관계로 

1층 차 빠질 때까지 기다리고 나오니 생각보다는 밖이 어두웠습니다. 


사진을 찍어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네요.


첫 날 텐트를 칠 곳으로 봐둔 이호테우해변 무료캠핑장까지 가서, 한 번도 안 쳐본 텐트를 치기에는 뭔가 불안했지만

이틀 연속 찜질방에서 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제주항에서 이호테우해변으로 가려면 제주공항을 지나가야 하는데, 

여기 교통이, 관광지에서 원하는 한적한 느낌이 아니라 도심의 퇴근시간을 보는 것 같아서 제주의 첫 인상이 뭔가 답답하게 느껴졌네요.


결국 해변에 도착하고 보니 완전히 어두워 졌고, 어둠속에서 플래쉬 빛에 의존해가며 텐트를 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데크팩이라고 데크에 꼽는 팩이 없더군요. 검색해보니 따로 샀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데크 옆 풀밭에 텐트를 쳤는데 처음 설치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간단해서 쉽게 해결했고,

커다란 바위 하나를 가져다 그 위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