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수의 지식창고

베이징에 가면 무조건 만리장성은 가야한다는 말이 있어서 일정을 잡았는데

아무래도 주말에는 사람이 많겠다 싶어 월요일로 정했지만 그래도 미어 넘쳤음.


만리장성은 북쪽의 유목민들의 침입을 막기 위한 장벽으로 산맥을 쭉 타서 장벽을 만들어놓은 건데

베이징에서 황해쪽으로 연결된 300km 정도의 장벽이 자주 역사에 오르내림.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명, 청 교체기에 만리장성의 끝인 바다에 위치한 산해관에서

청나라의 파상공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오삼계라는 자가 문을 열어줘서 명이 망하게 된 거임.


아무튼 천혜의 지형과 더불어 만리장성의 효과로 인해 그 근처의 넓은 평지인 베이징이 

중국 역사에서 군사적 요충지로 떠오르게 되었고, 

과거 세계최강국이었던 송나라가 쇠퇴한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북쪽의 베이징을 잃고 나서

이민족의 침입을 방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서였기에, 이후 중국의 중심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움직이게 됨.


사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긴 한데 그냥 한번 적어봄.


관광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만리장성은 베이징 여행의 필수코스인데,

걸어서 올라가기 좋은 거용관과

케이블카, 슬라이딩카등 편의시설이 발달한 팔달령이 유명함.


둘 중에 고민하다 원래는 거용관 쪽에서 걸어올라가려고 했는데

전날, 전전날 너무 걷다보니까 체력이 다해서 남은 일정을 위해 편하게 올라가자하고 팔달령으로 정함.

근데 후술하겠지만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음.


만리장성 가는 법은 매우 간단함.

네이버에서 팔달령 혹은 거용관 쳐서 한자 따온 다음에 그냥 바이두지도에서 검색하면 됨.

거용관은 확인 안해봤는데 팔달령 같은 경우 용경협 갈 때, 탔던 곳인 덕승문에서 877 광역급행버스가 있음.

919번도 간다고 뜨긴 하는데 전날 타본 경험으로는 아무도 안 내렸던 것 같고 

877은 바로 앞에 내려줌. 관광버스급임.


주의해야 할 점이 바이두에서 알려주는대로 877 버스를 타러 가면 버스타는 곳 바꼈다고 작게 나와있음.

나는 모르고 근처에서 한참 헤매다 겨우 그 문구를 알아보고 

어떤 가족들 따라서, 차들 엄청 많은 곳을 무단횡단해서 넘어감.

그냥 간단히 919 타는 곳에서 타면 됨. 덕성문 기준 서쪽 정류장인데 그 쪽에 사람들 많이 타는 버스들을 배치한듯.




근데 그 삽질은 시작이었고, 사람이 이렇게 많음. 진짜 욕나왔음.

사진을 설명하자면 왼쪽 상단에 버스가 보일 것임. 거기부터 지금 사진 찍은 곳까지 ㄱ자로 줄이 쭉 연결되어 있고

뒤에도 사람들 꽤 있었음. 그래도 877 버스가 사람들 채우면 계속 출발하고 그래서 

오래걸리진 않고 한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음.


버스를 탑승하고서는 고속도로를 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걸리진 않고 대략 한 시간이면 도착함.



내려서 길 하나 건너면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877 정류장이 보이고 

바로 옆에 사진상에 나온 매표소와 슬라이딩카 입장권을 판매하는 곳이 있음.

매표소도 찍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떤 아저씨 뒤통수가 사진의 20%를 차지하는 바람에 미관상 버림.


사실 케이블카 타고갈지 슬라이딩카 타고갈지 결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슬라이딩카 표를 팔길래 그냥 구매함

만리장성 입장권 40위안에 슬라이딩카 100위안 해서 140위안, 약 23000원 정도를 지불함.



근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 잡혀 사람들이 우루루 움직이는 곳을 따라 이동함.

나중에 안 건데 슬라이딩카를 탈 거면 굳이 이 건물로 들어가지 말고 그냥 쭉 직진해서 올라가면 됨.



사람들 진짜 바글바글함. 그렇게 비쌌던 것 같지는 않은데 중국어도 모르고 사람들은 많고 해서 그냥 올라감.



사람들을 뚫고 나오면 이렇게 또 바글바글함.



근데 올라가다 보니 내가 표를 산 슬라이딩카를 타려면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다시 내려감. 하...



여기가 아까 그 건물에서 나오면 있는 곳인데 우측 상단에 계단이 있음.
슬라이딩카는 아스팔트를 쭉 따라서 내려가다 좌회전하면 있음.



좀 걷다보면 드디어 나옴. 근데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건물로 들어가지 말고 쭉 직진했으면 나오는 곳이었음.



뭔가 관광지를 조성하려고 하는 것 같음.

그러고보니 오늘 자 뉴스에서 야생호랑이한테 어떤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사파리가 

빠다링(팔달령의 중국식 발음) 뭐시기라고 하던데 뭔가 연계되어 있나 봄.



쭉 올라가다 보면 곰들이 있는데 돈내고 당근 던져주는 거임.

그렇게 크진 않았고, 꽤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음.



근데 안전장치가 중국스럽게 굉장히 허술함.



쭉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데 저기 문으로 들어가면 등산로가 나오나봄.

여기서 왼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면



슬라이딩카 타는 곳이 나온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뭔가 설레는 감정이 있었음.



근데 뭔가 한적한 분위기라서 사람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들어가 올라가보니 이런 광경임.


진짜 바글바글해서 답답할 지경이었음. 게다가 닭장처럼 줄을 이동시키니 

더워 죽겠는데 짜증까지 올라오고, 오래 서 있다 보니 허리도 아팠음.

진짜 차라리 걸어올라가는 게 낫지, 돈버리고 스트레스만 받고 최악이었음.


물론 새치기는 못한다는 건 장점이긴 함. 여기 오기 전에는 대놓고 새치기 하고 난리도 아니었음.



30분 정도 기다리고 이제 드디어 타나 싶더만 또 한바퀴 돌림.

기다리는 건 그렇다 치고 아까 닭장부터 해서 줄세우는 방식이 진짜 거지 같았음.



대략 35분 정도 기다린 것 같고, 구식 놀이기구 같은 슬라이딩카를 타게 됨.

타자마자 한 컷 찍고



굴 같은 곳 들어가서 한 컷 더 찍고



굴에서 나와서 한 컷 찍고 좀 타니 도착임. 진짜 허탈함.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걸어올라갈 거임.



내려서 좀 걸어 올라가면 만리장성 입장권을 받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한 바퀴 빙 돌아가며 찍음.

저 분홍옷 입은 분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미인이었는데 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온듯.



진짜 이렇게 산을 따라서 장벽을 쌓을 생각을 하다니 미친 것 같음.



공간이 엄청 협소한데 사람은 바글바글함.



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찍었는데 이게 월요일 아침의 광경임. 입에서 욕나올뻔.

등산을 하면 나무그늘이라도 있지 여긴 떙볕에 보기만 해도 더워보이는 벽돌과

사람들이 내뿜는 열과 땀때문에 딱 봐도 한숨만 나왔음.



반대쪽은 어떨까 가봤는데 역시 마찬가지.



140위안 + 교통비 약 20위안을 내고 온 만큼 갈등했는데, 지금 안 내려가고 좀 걷다가 내려오면

왔다갔다 하는데 소모되는 체력 + 슬라이딩카, 버스 기다리는데 소모될 인내심과 체력,

일정상 오후에 이화원을 가지 않으면

다음날 천단공원, 자금성 왕푸징

마지막날 맛집 돌아다니면서 못 가본 곳 검색해서 가보기로 세운 계획이 꼬이게 되므로


사실 만리장성을 걸어봤자 별 다를 거 없는 풍경만 나올 거고, 여기가 요즘으로 따지면 GOP 같은 곳인데

거기 걸어서 뭐하냐라는 합리화 과정을 거쳐서 내려가기로 결정함.


덕분에 별로 기다리지 않고 내려가는 슬라이딩카를 탈 수 있었고,

(내려가는 건 경사를 완만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올라갈 때보다는 길긴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음. 

근데 이거 타면서 재밌다고 소리지르는 중국인도 있었데 그 순수함이 인상적이었음)


버스도 바로 타서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음.


사실 만리장성은 대륙스러운 관광지임에 틀림없고 꽤 괜찮았는데

슬라이딩카에서 받은 인상 + 바글바글한 인파때문에 아쉬운 곳이 되어버렸음.

대부분이 중국사람들이었는데, 15억이나 되다보니 적어도 50년간은 계속 이렇게 바글바글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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