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안도로 (제주 2일차 5.19)
새벽 6시경에 일어나니 결로 때문에 살짝 습기가 느껴졌고 새벽기온이 쌀쌀합니다.
차 한잔 마시면 좋을 것 같은데 컵이나 차는 준비하지 않았고
저녁에 먹고 잔 라면이 소화가 안되었는지 배가 아파 주변에 화장실을 찾아봤습니다.
해안을 쭉 따라가다 보니 화장실이 보였고 들어가 보았는데 변기 안에 토사물과 대변이 가득 차 있더군요.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도 그 때의 역함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거기서 나와 해변을 쭉 돌았으나 더 이상 공중화장실이 보이지 않았고, 하는 수 없이 텐트로 돌아갔는데
텐트 친 곳 언덕 너머에 커다란 관리동 건물이 보였고, 상태 좋은 샤워실과 화장실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기가 많아서 여기서 물린 자국 때문에 여행 내내 신경 거슬려서 결과적으로는 안 들어가니만 못했던 것 같네요.
대충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세면을 한 후 텐트를 걷었습니다.
자립형 텐트는 아니지만 바닥의 그라운드 시트에 일체형 폴대를 팽팽하게 거는 방식이라 쉽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철거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이호테우해변부터 해서
해안 쪽을 한 바퀴 두르는 1132 지방도를 중심으로, 바닷가 쪽에 군데군데 조성해 놓은 해안도로를 스쿠터로 여유롭게 절반 정도 돌아
서귀포 중문 쪽에서 숙박할 곳을 찾는 게 오늘의 목표입니다.
첫날 숙박할 곳만 대충 알아 놓고, 나머지는 대충 어느 정도 여행을 하고 잘곳은 그때 그때 찾아보자는 대책없음이 컨셉인데
여행을 마치고 나니 대충 계획은 잡아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날도 원래 계획은 일주도로의 1/2 지점인 중문까지만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남다 보니
3/4 지점에 있는 우도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서귀포쪽 관광은 거의 하지 못했네요.
이호테우해변에 있는 조형물인데 그냥 멀리서만 찍어 봤습니다.
차들이 많아 답답한 1132 지방도에서 샛길로 빠져서 애월 해안도로에 진입하게 됩니다.
해안도로는 길이 굉장히 깔끔하고, 햇살은 따뜻한데 옆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하며 뻥 뚫린 바닷가가 있으니,
처음으로 아, 진짜 여행을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의 감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스쿠터를 타면 속력이 안 나와 백미러에 차가 보이면 신경을 써야해서 스트레스 였는데,
해안도로는 코너가 많아서 스쿠터에 유리하고, 차들이 빨리빨리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았습니다.
또 여기는 제가 군생활을 했던 곳 근처라 낯 익은 곳인데 이렇게 정갈하게 바뀐 걸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초보운전자들이 많은데, 속도를 너무 안 내서 (대략 30-40 정도) 앞쪽 시야를 막고, 매연 냄새가 나는 관계로
추월을 위해 긴장을 완전히 풀 수는 없었다는 점이었네요.
그리고 스쿠터를 타고 가니 자전거 무리들을 쉽게 제칠 수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달리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애월에서부터, 산방산 전까지의 길은 해안도로를 쭉 타고 갈 수 있고 관광지가 별로 없어 한적하며 정비가 잘 되어 있기에
자전거를 위한 길이 아닌가 싶더군요.
애월 해안도로를 나와 다시 1132번을 타고 좀 가다 한림해안로로 다시 들어가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군 생활할 때 제주 출신 후임이 있었는데, 걔 말로는 중문, 협재 해수욕장이 제주에서 젤 좋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함덕 쪽에 비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가 더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함덕은 나중에 갔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건물들도 꽤 있어 한강의 북적거리는 느낌이 나더군요.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바다에 풍력발전소가 보이길래 내려서 찍었습니다.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1132 지방도를 타고 제주도 서쪽 촌에 들어서니 차들이 없어 여유있게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사진 찍은 장소는 제주환상자전거길 인증센터 중 한 곳 입니다. 뒤에 샛길이 있길래 들어가 봤는데 별 거 없더군요.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표지판에 고산이라고 나오길래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한적한 시골동네인데 잘 정비된 도로와 논밭이 조화를 이룬 예쁜 곳이었습니다.
사실 네비 지도를 보면서 생각해 둔 코스로 가는 게 제일이지만 스쿠터가 폰 거치대를 장착하기 힘든 구조라
그냥 1132 도로에서 벗어나지 말고, 해안도로란 표지판이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는 방식으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제주환상자전거길 코스를 입력하고 이어폰으로 음성안내만 들으면서 가는 게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앞 쪽에 산 비스무리한 게 보이길래 그냥 무작정 갔습니다.
제주도 9시 방향에 위치한 고산 쪽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도 안했고, 시간이 남아돌기도 했고, 한적한 곳이기도 해서 별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여기도 나름 관광지더군요. 수월봉이라고 하네요.
수월봉 옆에 건물인데 무슨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월봉은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이 가능할 것 같네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풍경이 좋으니 뭔가 이득 본 느낌이네요.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제가 갔을 때에는 저 말고 3명 있더군요.
수월봉에 있던 표지판인데 유명 관광지인가 봅니다.
천연기념물이었네요.
수월봉에서 내려워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니 저 멀리 산방산이 보입니다.
모양이 특이하니 이국적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모슬포항을 지나쳐 송악산 근처인데, 등에 55리터 배낭을 매고 있기도 했고
앞에 보이는 길을 자동차들 못 들어가게 막아놔서 스쿠터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냥 쭉 달립니다.
마라도 가는 여객선인데 사람이 무지 많습니다. 다음에 제주도 올 일 있으면 마라도 가는 것도 생각해 봐야 겠네요.
원래 목표였던 중문까지는 이제 그리 많이 남지 않았고, 나름 천천히 간다고 했는데 아직 10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벤치가 보여 쉬면서 다시 계획을 짜기로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주 관광지를 너무 조사를 안했고,
성격이 급해 느긋느긋 여행이라는 게 애초에 안됨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계획이
5/19 해안도로를 타고 중문에 도착 캠핑장을 잡아 휴식
5/20 나머지 해안도로 일주를 마치고 한라산 근처에 숙박
5/21 백록담 등산
5/22 우도 비양도가 백패킹 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다고 하길래 거기서 백패킹1박
5/23 13시 40분 목포행 선박 탑승
였는데 월요일날 우도숙박 후 화요일 아침에 나와 제주항까지 가기에는 스케쥴이 빡빡할 것 같아서
그냥 오늘 해안도로를 쭉 타고 우도까지 가기로 결정합니다.
5/19 우도 캠핑
5/20 백록담
5/21 휴식
5/22 그 때 가서 생각해보기
5/23 복귀
로 변경합니다.
산방산이 사진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로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해서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문 근처에 잠 잘 곳을 확보하고 다시 와서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동선낭비가 커서 안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올라가 볼 걸 그랬나 싶습니다.
쉬면서 찍은 바닷가 풍경인데 괜찮습니다.
산방산을 지나쳐 1132 지방도를 타고 10킬로 정도를 가면 제주 최대의 관광단지인 중문이 나옵니다.
사진상 보이는 곳이 중문의 색달해변, 흔히 말하는 중문해수욕장인데 바닷물 부터 옥빛을 띄는 이국적인 장소였습니다.
5월 중순인데도 해수욕을 하거나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꽤 보이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라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배낭이 부담스럽고 일정을 바꾼 관계로 시간이 많지 않아 포기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원래 일정대로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중문해수욕장은 과연 명성에 걸맞은 장소였습니다. 여기에 왜 고급호텔들이 몰려 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뜬금없이 조각상이 있길래 햇빛 때문에 안 보이는 액정으로 대충 찍어봅니다.
이 장소 왼쪽에 텐트촌이 있었는데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고 장소가 협소하며 사람들 통행이 많아서 아니다 싶더군요.
GS25에서 뭘 사 먹을까 하다 시간이 애매해서 근처에 있는 주상절리에 갔지만,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우글거리고 햇볕도 따갑고 해서 그냥 이동합니다.
중문관광단지를 나오면 서귀포 쪽이라 예전의 한적한 해안도로 같은 건 없습니다.
억지로 바닷가 쪽으로 스쿠터를 타고 갔지만 길이 끊겨 있는 곳이 많고, 비포장도로에 높은 언덕이 있어
쾌적함이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1132 지방도를 타고 서귀포를 통과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긴 제주시보다 더한 혼돈이었습니다.
도로는 좁고 난개발에 사람과 차는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괜찮은 길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냥 제주환상자전거길 네비에 입력하고 다닐 걸 후회가 되네요.
쭉 1132도로를 타고 가다 쇠소깍이라는 지명이 특이해서 방향을 돌렸는데
가방을 매고 있었고, 입장료에 별 거 없어 보여서 그냥 근처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우도를 향해 성산 쪽으로 이동합니다.
지금 와서 보니 여기서 해안도로를 타고 갔어야 했는데 네비를 안 보고 다니다 보니
그냥 1132 도로를 타면서 자동차 꽁무니만 쫓아 다닌 게 아쉽더군요.
이게 해안도로가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 해안도로 타다 1132 일주도로 타다 해안도로 타고 그래야 해서
네비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산 근처에서는 해안도로를 타고 가서 괜찮았고, 성산항에 어찌어찌 도착합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그 넓은 성산항 주차장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차들로 가득 차 있더군요.
너무나도 혼잡한 탓에 진심으로 별로 우도가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지만
내일 백록담을 가기로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강행합니다.
의외로 스쿠터 선적비는 저렴했습니다. 왕복 4000원이었고, 우도 입장료 + 여객비왕복해서 5500, 총 9500원 들었습니다.
우도 도착해서 빌리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힙니다.
물론 좀 귀찮긴 합니다. 고정을 안 시켜주기 때문에 이렇게 잡고 타야 해서 바다 구경도 못하고, 햇볕에 노출된 상태로 가게 됩니다.
그나마 거리가 짧아 10분 정도면 도착하니 다행입니다.
대충 이런 구조인데 우도 여객선은 자동차 선적으로 먹고 사는 것 같더군요. 1인 여객비 2000원인데 차는 2-3 만원씩 하고
항상 가득 찬 상태로 여러대의 여객선이 30분 간격으로 쉬지않고 왔다갔다 하니 꽤 짭잘해 보입니다.
스쿠터는 제일 나중에 선적하는데 내릴 때는 제일 빨리 내려줍니다.
우도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자전거, 전기차, 스쿠터 대여업체들이 반겨주는데 대부분 이 셋 중 하나를 대여해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우도의 풍경자체는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이고 편안한 등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도로가 매우 좁습니다. 편도1차선 도로에 중앙선도 뭣도 없어서 차량 통행을 시계방향이든 반시계방향이든 정해줘야 한다고 보는데
그러질 못하니 혼돈 그 자체이고, 입도하는 차량이 매우 많아 시야를 가리고, 답답한 분위기가 기분을 망칩니다.
그냥 자전거, 스쿠터 같이 작은 것들만 운행 가능하게 하고, 섬 일주도로를 일정 방향으로 일방통행화 시켜야 하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한 바퀴 돌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경치 좋은 곳에서 쉬며 여행하는 게
우도를 즐기는 데 가장 좋지 않나 싶네요.
여담이지만 제가 타고 온 110cc 스쿠터가 여기선 굉장히 빠른 동력기계였습니다.
전기동력기계가 많은데 자전거로 조금 빡세게 달리면 다 제낄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다닙니다.
6-7시에 위치한 항구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돌았습니다.
그러다 벤치가 보여서 찍었는데, 문제는 이렇게 사진을 찍고 보니
제가 추월했었던 전기차들이 털털거리며 다시 추월하는 바람에 또 제껴야 하는 게 문제더군요.
그렇다고 30만 놓아도 금방 앞차를 따라붙는데 같이 기어가자니 뒤에서 압박이 느껴지고, 그냥 자전거를 타고 왔어야 했나 봅니다.
많이도 쌓아 놨더군요.
캠핑 목적지인 섬 속의 섬인 비양도에 도착했습니다.
우도답게 스케일이 뭔가 아기자기 합니다.
동호회 같은 데서 보면 여기가 백패킹 하는 장소인데 시간이 14시라 그런가 텐트가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쓰레기도 좀 있고, 지저분한 느낌이라 그렇게 까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여기다 텐트를 치는 것 같던데 이게 좋은 곳인가 하는 의문부터 들더군요.
먼저 사유지이고, 바람은 강하고 사람이 많이 지나다녀 구경당하기 딱 좋고, 편의시설은 없습니다.
지금 사진을 찍은 곳은 아까 찍은 사진상의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전망대인데 바람이 좋긴 하더군요.
그냥 여기서 좀 뻐대다 분위기 잡히면 텐트를 쳐 볼까 생각도 해 봤는데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이곳에 기대한 것은 지금 위치한 곳이 언덕이라 관광객들 이동통로와는 좀 떨어진 곳에
해안 절벽과 해변이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의 장소였는데 그냥 해변에 위치한 큰 개활지였습니다.
거기에 캠핑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어디선가 사유지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평하고 푹신해서 텐트치긴 좋고, 먼저 온 사람들이 바람을 막기위해 돌을 쌓은 곳도 있었는데
이곳을 캠핑장으로 꾸미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캠핑을 포기하고 나머지 절반의 일주도로를 돌면 산 비스무리한 게 나옵니다.
아마 여기에 해안경비단 레이더 기지가 있던 걸로 알고 있네요.
당연히 가방을 맨 관계로 등산은 포기했고, 그냥 멀리서 구경이나 합니다.
지금 사진을 찍은 곳이 우도 내에서는 가장 관광지스러운 곳인데 대형차량이 엄청 많아서
처음 느꼈던 아기자기한 우도의 이미지가 날아가더군요.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으면 자전거를 타고 올 텐데, 그 때는 여기도 한 번 올라가 봐야 겠습니다.
이곳을 지나쳐 다시 항구에 도착해서 또 만원선박을 타고 성산항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16시 밖에 되지 않더군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제주도 캠핑장 중 종합적으로 볼 때, 최고라는 모구리야영장을 가기로 결정합니다.
한라산과 거리도 괜찮고 안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뭔가 일본 유명 게임의 동물캐릭터가 떠오르는 지명인데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모고리(毛古里) 모구악(母狗岳) 등의 옛 지명에서 따온 것 같더군요.
일주도로만 타다 처음으로 산 길을 타기 시작했는데, 산 쪽은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차가 빨리 다니고, 초보운전자들이 혼재해 있는 곳이라
차량은 별로 없는데 신경 쓸 것은 좀 있는 도로였습니다.
야영장에서 성산까지는 10키로 정도 되는 거리에
차도 별로 없고 개활지라 시야가 트여, 텐트를 쳐 놓고, 성산 농협하나로마트에 왔다갔다 하기는 좋았습니다.
여기가 도립 야영장인가 그래서 학생들이 단체로 묶거나 하는 곳이라 시설에 비해 가격이 좋습니다.
온수샤워가 가능한 곳인데도 1박에 3천원이고, 1달에 6박까지 가능합니다.
전기를 사용하려면 2천원 추가하면 분전반 뚜껑을 열어주는데 저는 전기 연장선이 없어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돈내고 분전반에 핸드폰 충전기를 직결해 놓고 사용했어야 하는 게
계속 핸드폰을 잡고 사니 보조배터리가 다 되서 성산의 피시방까지 가서 충전하는 등 뻘짓을 했네요.
물론 넉살 좋은 사람이라면 전기만 근처 텐트에서 빌릴 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런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굉장히 넓은 곳에 청소년 수련장도 따로 있고, 근처에 오름 올라가는 산책로도 있어 정말 좋았는데
사진을 못 찍어놔서 아쉽네요.
대충 야영장을 한바퀴 돈 다음, 식사, 샤워를 하고 한라산에 대해 검색해 봤는데
백록담을 가려면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고 합니다.
보통 살짝 어렵지만 볼 게 많은 관음사로 등산해서, 코스가 완만한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게 정석이라는데
저는 일단 성판악으로 올라가 보고 힘들면 성판악 하산, 괜찮다 싶으면 관음사 하산으로 결정했습니다.
무릎이 안 좋아 등산보다는 하산이 더 힘들고, 등산화, 장갑, 스틱을 안 들고왔기 때문에, 잘못선택했나 싶기도 했지만,
등산 동호회 사람들의 말로는 한라산은 난이도를 논하기에도 부끄러운 산이라는 소리에 그냥 이렇게 하기로 결정합니다.
물론 전에 설악산을 혼자 등산하면서, 저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 호승심이 첨가되어 있어 문구를 해석하는데 있어
약간의 번역 작업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있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음 날 3-4시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