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배우는 카메라

크롭바디보다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야 하는 이유.

matter 2014. 11. 8. 23:52

  제 카메라 추천 글을 보면 대놓고 크롭바디를 무시하고 풀프레임 카메라를 치켜 세우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사실 무시까지는 아니고 크롭바디의 경쟁력이 최근 너무 많이 약해졌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왜 풀프레임이 크롭바디에 비해 좋은지.

 

  먼저 풀프레임이 뭔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필름 시절에 가장 많이 사용하던 필름 규격이 36 * 24mm, 135포맷이라고 하는 규격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시험 단계를 거쳐 상용화되기 시작했던 때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부품은 센서이고, 그 센서는 반도체 기술이 주가 됩니다.

 

  당시의 반도체 기술은 지금에 비교할 때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카메라 센서를 만드는 것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율상의 문제로 원래 쓰던 규격인 36 * 24mm 규격을 맞출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센서의 크기를 줄이자 해서 나온 게 크롭 센서 (crop : 자르다) 이고,

  기존에 사용하던 135규격 센서는 풀프레임 (full frame : 프레임을 자르지 않고 꽉 채운다) 로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렌즈는?

  디지털 카메라라고 해도 결국은 필름이 센서로 대체된 것 뿐입니다. 렌즈는 기존 렌즈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죠.

  그 렌즈들은 세계대전이 열리던 시기부터 많이 발전했는데 이후로 계속 쌓인 노하우가 있어 그동안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그걸 한 순간에 버릴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각 제조업체는 크롭바디에 기존의 135포맷에 사용하던 렌즈를 사용하게 됩니다.

  36*24에 최적화된 렌즈를 22*15 (당시 선두주자였던 캐논의 크롭바디 센서의 크기가 이 정도 입니다.)에 물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센서의 크기가 가로 세로로 보면 뭐 저 정도 쯤이야 하겠지만 면적으로 보면 꽤 차이가 납니다.

  계산해보시면 알겠지만 2.5배 차이입니다. %로 따지면 40%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말인즉슨, 렌즈가 만들어내는 면적 중 60%를 그냥 날려버린다는 말입니다.

  물론 보통 렌즈의 중앙부는 화질이 좋고 주변부는 나쁘기 때문에 화질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그만치 60%입니다. 과연 렌즈가 제 성능을 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캐논이 2002년 11월, 풀프레임 1ds를 출시하고, 보급형 풀프레임인 5d를 2005년 9월에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덕분에 기존에 크롭바디에서 제 성능을 내지 못했던 100년 가까운 노하우를 간직한 135 포맷 렌즈들이 제 성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고,

  이 때부터 크롭바디의 암흑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의 DSLR 선두주자 캐논은 300d라는 희대의 보급형 크롭바디를 출시하면서 

  20d, 30d 등의 중급기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상태였습니다.

  그들이 과연 그 시장을 포기하려 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캐논은 크롭바디 센서크기에 맞춘 전용렌즈를 출시하면서 크롭바디라인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화소는 같은데 센서가 작은 만큼 화소 집적도가 높았고, 그에 따른 고성능 렌즈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거기다 상식적으로 작은데다 빽빽히 화소들이 들어차 있는 센서에 맞춘 렌즈를 깎기가 더 힘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렌즈인 17-55를 발매하면서 크롭바디도 쓸만하다라는 인식을 주었습니다.

  100만원 가까운 가격과 함께... 하지만 이후로 크롭바디 전용렌즈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7mm 면 환산 27mm 인데, 풀프레임 표준줌렌즈의 시작인 24mm 와 비교해 보면 이거 뭔가 좁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단렌즈는 비싼 돈 주고 풀프레임꺼 그냥 쓰라는 듯, 거의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줌렌즈 해상도는 어느 정도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심도, 흔히 말하는 아웃포커싱입니다.

  뒷 배경을 흐리게 해서 피사체의 집중도를 강화하는 기법인데, 광학적인 이유로 풀프레임과 크롭바디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웃포커싱의 5요소는

더보기

1. 피사체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2센서의 크기가 클 수록. 

(다른 센서, 같은 거리에서 같은 렌즈로 찍을 경우, 

작은 센서가 피사체로 화면을 가득 채울 때, 큰 센서에서는 피사체가 중앙부 40% 부분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여백이 될 것이고, 

작은 센서와 똑같이 피사체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싶으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건데, 1의 하위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렌즈의 조리개 값이 좋을수록 이라고 쓰고 비쌀수록이라 읽는다.

4. 망원렌즈일수록.

5. 피사체와 뒷배경의 거리가 멀수록(사방이 탁 트인 공터에서 찍거나 무지하게 긴 골목길에서 찍는다면 극대화되겠죠.)

  인데, 

 

크롭과 풀프레임의 차이는 2번과 4번이 해당되겠네요.

 

1,2번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렌즈와 피사체의 거리가 10, 렌즈와 배경의 거리가 100 이라면, 초점이 맞은 부분과 초점이 어긋난 배경과의 배율은 10배가 됩니다.

여기에 5만큼 가까이 가서 찍을 경우,

렌즈와 피사체의 거리가 5, 렌즈와 배경의 거리가 95 가 되는데, 이 경우 배율은 19배가 되죠. 여기서 더 가까이 갈 수록 배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따라서 작은 센서로도 아웃포커싱이 가능하게 됩니다. 직접 그림을 그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4번의 경우, 크롭에서 100mm 의 화각이 풀프레임에서의 150mm 와 같다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렌즈의 길이가 길면, 그 만큼 빛이 지나가면서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의 오차가 더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이게 초보자들도 쉽게 그럴 듯한 사진을 남길 수 있고, 느낌이 괜찮아서 고수들도 꽤 사용하는 기법인데

  크롭바디로는 그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화촬영에서나 쓰이는 조리개 0.9 짜리 칼자이스 렌즈를 달거나 하면 비슷하겠지요. 근데 가격이...

  또 크롭바디의 상대적으로 깊은 심도는 풀프레임 입장에서는 조리개 조이면 그만이라 별 경쟁력이 없죠.

 

  물론 현재 우후죽순 등장한 소니, 삼성, 파나, 올림 미러리스의 고급렌즈 등 크롭바디 전용렌즈의 해상도는 

  굳이 풀프레임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캐논은 좀 뒤쳐지고 있고요.

  (센서 크기에 맞춘 전용렌즈로 나온 이상 크롭바디란 명칭은 좀 어울리지 않다고 봅니다만 

  기존 내용과의 통일성을 위해 이렇게 표기했습니다.)

 

  하지만 돈을 때려붓지 않고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인 아웃포커싱.

  100년 가까운 노하우가 만들어 낸 누적된 차이.

 

  크롭용 렌즈가 발전하는 동안 풀프레임용 렌즈 역시 발전했다는 점.

  니콘의 14-24, 캐논의 70-200 ii, 소니의 135.8za 등등 크롭전용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렌즈들이 풀프레임에는 있습니다.

  물론 이 렌즈들을 크롭바디에 장착할 수는 있죠. 하지만 결과물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납니다.

  

  위에 나열한 렌즈를 비롯해 수많은 최고급 렌즈들은 풀프레임에 맞춰서 발매되었기에 

  렌즈 선택의 폭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다는 점. 

  물론 돈이 많다는 전제하에...

 

  최근 풀프레임 바디의 가격이 예전에 비해 착해졌다는 점.

  예전엔 크롭바디와 풀프레임의 가격에는 무슨 벽이 하나 있듯 100만 200만이 확 뛰었는데,

  요즘은 크롭 보급기 - 크롭 중급기 - 풀프레임 보급기 - 풀프레임 중급기 - 풀프레임 플래그쉽의 

  가격이 단계별로 깔끔한 증가그래프를 그립니다.

  정 안되면 옛날 중고 풀프레임 바디 구해서 찍어도 렌즈만 좋으면 어느 바디로 찍었는지 구별 못합니다.

  

  센서의 크기가 큰 만큼 픽셀의 집적도가 여유가 있고, 그 만큼 센서의 성능에 여유가 있다는 점. 

  (근데 집적도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 차이는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겁니다. 참고로 풀프레임은 몇 년 째 3600만 화소가 최고.)

 

  그리고 아웃포커싱을 커버해줄 초고가 단렌즈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크롭전용으로 발매되지 않는다는 점.

  발매되어봤자 풀프레임으로 내는 거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다는 점.

 

  게다가 풀프레임은 줌렌즈로 찍어도 어느 정도 아웃포커싱이 된다는 점.

 

  또 게다가 크롭바디 줌렌즈의 화질은 소니 RX100을 위시한 똑딱이들도 따라잡았다는 점. (이게 좀 큽니다.)

  RX100의 크기는 크롭바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는 점.

 

  앞에선 풀프레임에 치이고, 뒤에선 똑딱이에 치이는 크롭바디의 위치가 위태롭습니다.

  오토포커싱, 연사 등 생존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버거워 보입니다.

 

  시대는 변했습니다.

  풀프레임 카메라의 가격도 예전과 다르게 착해졌고, RX100 같은 화질 좋고, 편의성 좋고, 작고 가벼운 똑딱이들과 대세가 된 미러리스,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태로 볼 때, 크롭바디를 구입하는 건 약간 어정쩡하지 않나 싶습니다.